[기자의 눈] 대한항공 합병, 소비자 권익은 누가 챙기나
지난해 항공 업계는 인수.합병 관련 이슈로 떠들썩했다. 지난달 11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여정이 4년 만에 마무리됐다. 스피릿항공과 젯블루와의 합병은 경쟁을 저해한다며 당국이 제동을 걸며 무산됐고, 지난해 9월에는 알래스카항공이 하와이안항공 인수를 완료했다. 항공사 합병은 소비자에게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합병이 이루어지면 서비스의 통합과 운영 효율성 강화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경쟁 감소와 독점 가능성이라는 부정적 측면도 존재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합병으로 세계 항공사 규모 11위에 오르며 노선 확장과 효율성 관리를 목표로 나섰지만, 마일리지 전환에 대해선 소비자 이익면에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반면 대한항공보다 먼저 인수를 완료한 알래스카항공과 하와이안항공의 합병은 이에 비해 소비자 권익을 더 우선시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우선 알래스카항공과 하와이안항공의 합병은 지역적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주로 국내 태평양과 서부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시장 구조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 경쟁을 강화하고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두 항공사가 경쟁하던 노선의 일부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들은 시장 전체에서 비교적 작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어 독점적 지위가 형성될 가능성은 작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한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항공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 구조를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소비자 권익을 희생하여 기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알래스카항공과 하와이안항공의 합병은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편의성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두 항공사는 각각 알래스카 지역과 하와이 지역에서 독특한 노선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합병 이후 이러한 노선들이 통합되면 소비자에게 더 나은 연결성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노선 조정을 통해 서비스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중복 노선의 폐지로 인해 일부 지역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수요가 적은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들에게는 접근성이 줄어들 수 있다. 게다가 합병 이후 서비스 개선의 동기가 약화될 경우, 소비자는 고가의 항공권을 구매하면서도 기존의 서비스 수준조차 유지되지 못할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알래스카항공과 하와이안항공의 합병은 소비자에게 더 나은 마일리지 프로그램 통합과 혜택 확장을 약속했다. 두 항공사의 고객 충성도 프로그램이 합쳐지면 소비자는 더 다양한 옵션과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특히 지역적 항공사로서 소비자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합병 이후에도 고유 브랜드를 별도로 운영하기로 했다. 알래스카항공은 하와이안항공의 마일리지 전환 비율을 1:1로 설정했다. 일반적으로 1마일당 1.3센트로 평가되는 알래스카항공이 1마일당 가치가 1센트로 취급되는 하와이안항공의 마일리지를 소비자 측 손해 없이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마일리지 프로그램 통합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마일리지의 가치가 하락하거나, 기존 고객이 보유한 마일리지를 사용하는 데 있어 제약이 늘어날 수 있다. 대한항공 측은 추후 자세한 마일리지 통합 규정을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전문가들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통합 비율을 1:0.7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통상 마일리지는 항공사에 있어서 부채와 같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들의 추측에 무게가 실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소비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큰 이유는 독점 구조 강화와 소비자 선택권 축소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규제 기관은 합병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 조치를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 한국 1위 국적기라는 명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 앞으로 대한항공은 항공권 가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 합병 이후에도 지방 공항에서의 노선 유지와 서비스 품질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다분한 논란이 예상되는 마일리지 프로그램 통합 과정에서는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우훈식 /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대한항공 소비자 소비자 권익 항공사 합병 반면 대한항공